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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02 17:50
 글쓴이 : 도일운
조회 : 96  

바람의 소리



       

                          

수필가 윤오영선생은 <송석정의 바람소리>에서 "바람은 자체에 소리가 없다. 그 부딪치는 데에 따라 소리가 곱기도 거칠기도 맑기도 흐리기도 하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바람에게는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리가 있을 까닭이 없다. 형체가 없는 것이 어찌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바람은 존재한다. 한여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나무그늘 아래서 맞는 바람, 추운겨울 쌩쌩 거리며 가슴팍을 파고드는 바람, 바람은 그렇게 우리 곁에 존재한다. 

존재가 꼭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바람의 존재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바람이 사물과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찰 처마 끝에 부딪치면 풍경이 울리고 소나무 숲을 흔들면 솔잎이 운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댓잎이 서걱거리지만 그 모두가 바람의 소리는 아니다. 허공을 지날 때 나는 윙윙거리는 소리조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선생의 말처럼 바람은 자체에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람이 그 무엇인가에 부딪쳐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이 바람의 소리라며 감상에 젖는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 역시 형체가 없다. 그러나 존재한다. 마음도 바람처럼 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 작용을 보고 우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이 사물에 부딪치는 소리가 바람의 소리가 아니듯이 마음이 일으키는 작용 또한 마음이 아니다. 마음의 작용일 뿐이다.  

마음의 작용은 생각이다. 생각은 바람의 작용과는 다르다. 바람은 부딪칠 때만 소리를 내지만 마음은 한 번 부딪치면 끝도 없이 소리를 낸다. 마음의 작용은 쉽게 멈추지를 않는다. 따라가면 끝이 없지만 외면하면 바로 멈춘다. 생각이란 것이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인연으로 인해 잠시 생겨났다 사라질 뿐이다. 거기 매달려서는 안 된다. 

바람이 부딪치는 것에 따라 그 소리가 각기 다르듯이 마음도 마음이 부딪치는 것에 따라 그 소리가 다르다. 그 소리를 일곱 가지로 나눈다. 칠정(七情)이다. 기쁨(喜)·노여움(怒)·슬픔(哀)·즐거움(樂)·사랑(愛)·미움(惡)·욕심(欲))이다. 소리가 바람의 작용이듯 칠정은 마음의 작용이다. 텅 빈 하늘에 구름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을 하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생각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마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람이 부딪치는 소리를 바람의 소리라며 감상에 젖듯이 마음의 작용인 칠정(七情)을 붙들고 그것이 내 마음이라며 매달린다. 집착과 애증이 따르며 번뇌와 고통이 뒤를 잇는다.  


엊그제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크게 화를 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 것을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마음 상하고 자신의 못난 행동을 자책 하면서 또 마음이 상했다. 칠정을 마음으로 착각한 탓이다.

바람에게 소리가 없고 칠정이 내 마음이 아니라는 이치를 알면서도 순간순간 소리에, 정(情)에 마음을 빼앗기니 아는 것이 무용지물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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