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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8 11:45
 글쓴이 : 붉은나비
조회 : 294  

 

 

 

귀신고래

 

 

 

할머니와 손자가 티비 앞에 있다

티비 속 고래는 거대한 몸짓을 바다 위로 향하고 있었다

"고래 고기가 병자한테 그렇게 좋다는구나"

할머니의 나즈막한 목소리는 쉼없는 파도가 되었다

"할머니, 그런 말때문에 고래들이 사라지는거여요"

손자는 파도를 막아섰다

 

언제부턴가 할머니의 손등엔 따개비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이따금씩 따개비를 어루만지며

바다에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따개비는 시간을 따라 어깨, 등에도 상형문자를 그린다

다랭이논 목주름 알알이 이어진 따개비

굽은 등 울퉁불퉁 올라선 따개비 화산섬

할머니는 이따금씩 창백한 아비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바다에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어느 날 할머니의 방문을 열었다

푸른 여울 물결 고요히 부딪히는 파도

언제부턴가 방문을 열면 바다가 일렁이고 있다

바다는 고래를 품고 있다

이따금씩 어두운 앞머리만이 보였다 사라질 뿐

바다밑 고래는 입 안에 먹이를 모아

야윈 아비 몸보신 하라고

문지방에 뱉어놓곤 사라진다

지친 어미는 꿈속에 고래가 나타났다곤 한다

나는 할머니의 뱃속에 들어가 잠을 자곤 한다 

 

문을 열면 고래가 출몰하는 바다

병든 아비가 고래를 타고 전진하는 바다

수평선 아래 일몰 사이로 고래 뛰기가 보인다

 

 

 

 

 


붉은나비 17-04-18 11:47
 
김부회 시인님게서 산문시를 써보라고 하셔서 첨가해봤습니다 암투병 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더 훨씬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하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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