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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7 15:21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347  

관자재 소묘(觀自在 素描) / 먼곳에서 안희선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行)하심에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한 것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액(苦厄)을 여의셨다네

아바로기데슈바라

당신은 관세음의 신음소리입니다
몸 파는 여인이 힘겨운 돈벌이를 하는 시각에 그 옆에 누워
쌔근 잠든 아가의 얼굴입니다
어린 사미(沙彌)가 제 어미 그리워 눈물 적신 배겟머리에
살포시 내려앉은 달빛입니다
피흘린 십자가 아래 흐느끼는 성모 마리아의 눈물입니다
도살장에서 다가올 죽음을 바라보는
착한 소의 슬픈 눈망울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따금 빛바랜 탱화(幀畵) 속의 어렴풋한 미소로
혹은,
침묵하며 제 몸 사르는 향화(香火)의 파릇한 내음으로
삼매(三昧)의 옷자락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아바로기데슈바라

당신은 공(空)한 동그라미입니다
목이 타는 나그네가 갈증 달래는 숲 우거진
풍경 속의 우물입니다
내가 갈 수 없는 머나 먼 내일에서 불어 온 만다라(曼陀羅)의 희열입니다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잠깐 잠이 든 상좌(上佐)의 고운 얼굴입니다
잡초 우거진 이름모를 어느 무덤가에 홀연히 피어 오른 초롱꽃입니다

아바로기데슈바라

당신은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한 잔의 술입니다
정화수 앞에서 밤을 지새는 어머니의 영원한 기도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따금 새벽에 들리는 찬송가의 소리로
혹은,
지하도에 업드려 구걸하는 늙은 거지의 투박한 손으로
삼매(三昧)의 옷자락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아바로기데슈바라

저어기 맑은 햇빛 아래
아가가 방긋 웃습니다

이제,
당신이 인간의 아름다운 어머니로
나투실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 아바로기데슈바라(Avalokitesvara): 관자재의 범어(梵語), 구마라습(鳩摩羅什)에
의해 후일 법화경(法華經)의 한역에서 관세음으로 옮겨짐

* 나투다: (모습을)드러내다


 

 

 



문정완 17-11-18 04:37
 
안희선 쎔 반갑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 항상 건강 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여긴 비평토론방입니다.

활자 외 이미지 사진이나 등은 삼가해 주십시오 이곳의 취지와는 맞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사족

안쎔님은 시에 대한 견해나 식견이 충분하신 분으로 생각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부터가 어쩌면 콧구멍 휘비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안쌤의 시를 대하면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시를 왜 저토록 옷무새를 막 풀어해치며 막 주는 것인가? ㅎ
너무 쉽게 벗어주니 맛도 없구나 ㅎ 이런 생각 말입니다.
굳이 시론집에 흔하게 박힌 글자를 옮겨 놓지 않아도 안쌤 자체가 더 시론일 것인데
수수께끼다

잘 알고 계시는 분께 주절주절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안쎔 말빨이나 입이 어디 보통 입니까 ㅎ
바램이 있다면 좀 더 진전성과 매듭이 잘 묶여진 그래서 매듭을 당기면 슬슬 풀리면서
구리빛이나 우유빛 전신이 드러나는 시편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그낭 지나치려다 요설만 부어놓고 갑니다.
안희선 17-11-18 05:03
 
그렇군요


올렸던 이미지와 배경음은 삭제하였습니다
(죄송) - 기존에 작성했던 화일을 그대로 옮기는 바람에
- 저의 한 게으름 탓으로

그나저나, 졸시에 귀한 말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란 게 요리 조리 배배 꼬인 매듭 술술 푸는 재미로 잘 짜여진(?) 시와는 거리가
십만팔천리 떨어져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주제(꼴)에 구구한 설명조로 과잉친절까지 하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참 웃기고 (정말, 웃깁니다)
문 선생님의 그 같은 지적은 너무 당연합니다

한편, 그 같은 글쓰기 태도는
<글이야 엉망진창이던 간에  어쨌거나 소통이 우선이다> 라는 다소 초딩스러운
저의 얕은 생각에서 그런지도..

사실, 요즘은 표현의 난해를 간판으로 삼는
이른바 자칭 시라고 일컬어지는(남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도)
글들도 너무 많아서요

그러한 글들을 읽으면,
시의 詩意및 그 시적 아날로지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더군요
(물론, 이는 저의 형편없는 시읽기에 기인하는 거겠지만)

아무튼,
빈곤한 글이긴 하지만 나 자신만 혼자 울고 웃고하는 게 아닌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과의 <느낌 나누기> 이면 해서요

결국, 요즘 세태에 말해지는 좋은 시(이른바 어렵고 깊은 시)라 함은
저 같은 둔재의 글쓰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절감합니다

그건 그렇고

그 무엇보다도,

시는 우선 시인 자신에게 염증(지겨움)을 가셔야 하는데..(아무튼, 저는 지가 무지 지겹습니다)
즉, 염증을 가실 수 있는 작품을 써야할텐데 말입니다 - 문 선생님의 따끔한 지적처럼

(차마 시라 할 수 없는 글) 그것이 전달되느냐, 평자나 독자가 이해를 하느냐 못하느냐는
그 다음의 문제이긴 해도..


주신 말씀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정완 시인님,
문정완 17-11-19 07:21
 
저도 고맙습니다 안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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