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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8 17:53
 글쓴이 : 박수담
조회 : 547  
있는 것이라곤 큰 대가리 하나에
딱딱하고 무표정한 자연의 땟가루 하나.
이것을 던지다 생각의 안개를 뚫으며 온
되려 맞은 듯 알싸한 아픔의 깨달음은

이것도 태초엔 큰 바위였다는 것.
던져지고 부서지고 여기저기 날리다가 결국
다시 모아져 어엿한 흙 한 줌이 되어
꽃 하나의 뿌리를 받아낼 것이라는 것.

한 줌 한 줌이 모여 숲의 토양이 되기를
나는 그것을 바라 던지다 말고 줍는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힌다.
아스팔트 위 도시에 탑을 쌓는다.


활연 17-12-09 22:32
 
자연의 땟가루, 생각의 안개, 아픔의 깨달음, 숲의 토양 이것들은 관형격 조사(의)에 의존한 표현인데 상당히 개인적 은유로 느껴집니다.

화자의 마음을 드러낸 건 1연 4행 '알싸한' 2연 3행 '어엿한'인데 글 쓴 사람이 기분을 다 말해버리니까 읽는 사람에겐 느낌이 드러날 여지는 없고 외려 의문이 생기지요. 왜 알싸하고 왜 어엿한가, 그런 주관적인 기분은 독자의 몫일 것인데 화자가 기분을 다 말하고 그것을 읽으라는 주문 같습니다. 시는 거창한 사유를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돌(바위-흙)에 대한 생각을 나름 진지하게 기술했지만, 독자는 읽고 좀 시큰둥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흔히, 산행하다 보면 조그만 돌을 얹어 탑을 쌓아놓은 모습을 보곤 하는데 그곳엔 대단한 신성이나, 어떤 간절한 염원이 들어있다,는 생각은 안 들지요. 그냥 소박한 마음들을 얹어 놓은 형상이다, 그런 느낌은 있지만.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아마 그런 것이 시의 마음과 상통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시는 자연의 존재, 곧 사물을 통해서 뭔가 철학적인, 관념적인 사유를 풀어간 미덕은 있는데요. 마지막 문장의 비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개연성을 끌어내기보다, 화자의 성찰을 통한 의미 만들기로 이정표를 정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돌과 탑 사이, 지독한 무엇이 느껴지기보다 사소한 작동 혹은 동작에서 얻은 것에 관념을 하나 더 얹어 사유의 탑을 쌓은 건 아닌가 싶어요. 시의 마음에서 출발했는데 교리문답으로 끝낸 건 아닌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시가 가진 좋은 덕목에 충실하고 시가 만드는 그늘 혹은 그림자를 드러내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너무 큰 단어, 가령 태초, 아스팔트 위 도시, 이런 단어를 버리고 오히려 소박하게 기술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 모르겠습니다.
문정완 17-12-10 02:50
 
화자는 돌멩이와 돌탑 중 어느 것을 보며 심상을 가졌을까 본문에서는 돌탑보다는 돌멩이가 중심이겠습니다
위 활연님이 지적하신 관형격조사를 시작에서 의존했다는 문제보다 화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눈이 앝다 지적하고 싶습니다

자연의 물상에서 어떤 철학적 사유를 발견하고 그것을 시적 이데올리기로 형성하려 했다는 점은 화자의 덕목으로 읽어지는 대목이지만 발상에서 발상으로 마무리되고 사유의 폭이 갇혀있다는 느낌과 사유에서 기존의 발견에서 뛰어 넘는 새로운 발견이 없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의 재료로 사용한 언어가 평범하다 하여 그 시가 완숙도를 가질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태초엔 큰 바위였다는 것.
던져지고 부서지고 여기저기 날리다가 결국 
다시 모아져 어엿한 흙 한 줌이 되어 
꽃 하나의 뿌리를 받아낼 것이라는 것.
--------------------------------------------------

위 본문 중의 예로 옮겨 놓은 2연 첫행에서

 /이것도 태초엔 큰 바위였다는 것./

화자의 진술 이후 연결되는 문장들이 다음 문장들과 어떤 괴리감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탑위의 돌멩이가 한 때는 큰 바위였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부서지고 굴러다니다가 흙이 되어
하나의 뿌리를 받아 낼것이라는 의미와 태초에 큰 바위였다는 화자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문장의 흐름에서는 문제가 없이 읽어지지만 내용적 흐름에서 그저 언어의 표피를 얹어 놓은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지금 하찮은 돌멩이인 그 지점에서 시가 형성이 되어야 하는데 과거의 원형을 불러세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과거형의 원형을 화자가 불러 내었다면 거기에 따른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2연의 첫행은 다음 행들과 호환하는 듯 보이나 사실은 길항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화자가 산행이나 절 어느 장소에서 돌탑을 보았고 돌탑을 형성한 작은 돌멩이에서 시가 발화를 시작했다면
그 돌멩이를 바라본 시선이 있었으나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부족하다 설혹 가득했다 하더라도 언술로 심상을 그려내는 것에 실패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태초엔 큰 바위였다는 것.
 
던져지고 부서지고 여기저기 날리다가 결국
다시 모아져 어엿한 흙 한 줌이 되어
꽃 하나의 뿌리를 받아낼 것이라는 것.

---------------------------------------------

2연의 첫행을 차라리 독립적 연으로 구분했다면 그 괴리감을 조금은 희석시킬 수 있지않았나 생각합니다


한 줌 한 줌이 모여 숲의 토양이 되기를
나는 그것을 바라 던지다 말고 줍는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힌다.
아스팔트 위 도시에 탑을 쌓는다.

또한 3연에서 첫행은 2연과 중복된 의미를 담고 있고
결구의 문장은 커보이고 다소 생뚱 맞은 느낌이 듭니다


있는 것이라곤 큰 대가리 하나에
딱딱하고 무표정한 자연의 땟가루 하나.
이것을 던지다 생각의 안개를 뚫으며 온
되려 맞은 듯 알싸한 아픔의 깨달음은

또한 위 본문의 1연에서 /큰 대가리/자연의 땟가루/ 등의 표현은 화자가 바라본 대상과의 교류에서
실패했고 적절한 표현일까를 고민해야 겠습니다

/알싸한 아픔의 깨달음은/ 문구 또한 시적 표현으로서 지나치게 평이함과 동시에 불필요하게 꾸미고 있다 싶습니다

시에서의 언어의 사용은 그 시의 맛과 의미전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때 그 언어는 빛을 발한다 하겠습니다

위 활연님의 말씀처럼 

/그러나, 이 시는 시가 가진 좋은 덕목에 충실하고 시가 만드는 그늘 혹은 그림자를 드러내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라는 대목에서는 저도 공감을 놓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 시선은 이해를 바랍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요.
박수담 17-12-12 23:51
 
모자란 시임에도 정성껏 읽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시의 부족함은 썼을때 알고있었습니다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가 막막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분의 비평은 시의 결점이 낱낱이 드러내 주셨습니다. 제가 모르는 시의 새로운(모자란)면이 비로소 보인 듯 합니다. 감았던 눈을 뜨게 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시는 두 분의 조언을 참고해 열심히 고쳐 써 보겠습니다.
겨울시 17-12-13 10:41
 
돌 탑


들고 있는 거라곤 관념 하나.
딱딱하고 무표정한 잡념 하나.
안개를 뚫으며 되돌아온
알싸한 깨달음.

태초엔 큰 바위였다.
던져지고 부서지고
바람에 휩쓸리다
어엿한 흙 한 줌 되어
꽃 한송이 뿌리를 내린다.

한 줌 한 줌 모여 숲이 되기를
바람 잦아들면 꿈(명상) 속에
탑 하나 쌓는다.



다른 말씀은 못드리고
시인님께 참고가 되었으면 하여
좀 더 함축하고 은유를 섞어서 살짝 고쳐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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