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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0 14:30
 글쓴이 : 겨울시
조회 : 621  
연필


1.
음모에 휩싸인 나는 
언어를 잃었다.

날개 잃은 새는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모음만을 말하던
새는 모험을 떠나고


2.
이 세상엔
자음뿐임으로

길을 거닐 땐
허밍을 한다.

일찍이 가로수는
향기를 품지 않았으므로

노래가 끝나면
비밀이 새어 나온다.


3.
비밀이 탄로 난
새는 날아가고

비밀을 감춘 이는
비밀을 고백하고

우리는 만남을 기약한다.
눈물을 흘리는 게 내 일이다.

안희선 17-12-10 15:54
 
지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외람되다는 걸 알면서도..

연필이란 도구를 통해서,
삶이 담지하는 온갖 음모와 비밀을 말한다는 건 알겠는데

지나치게 형이상적 形而上的 사변 思辨이란 느낌

이래서야, 독자와의 그 무슨 소통이 있겠습니까

시라는 게 그 무슨 일방적인 교훈(가르침)도 아닐진데
(이 시를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뜨악할 것입니다 - 이게 뭔 소리야..하믄서요)

물론, 시라는 게
합리적인 기지 機智의 세상과 상식의, 그 상식만의 테두리에서의 탈출을
의미하는데 방점 傍點이 찍힐 수도 있는 거겠지만

그 전제조건으로, 반드시 교감 交感이라는 게
필요하겠지요

즉, 시에서 말해지는 게 화자 話者의 가슴 아닌 머리 속에서 나온 일방적 선언이라면
그건 그냥 시인 자신의 일기책에 일종의 비망록 備忘錄으로
기록되어도 무방할 듯 하네요

요 要는.. 우리들의 실체적. 현실적인 삶에서 우러나오는
(가슴의 떨림으로 전해지는) 살아있는 진술이 필요한 거 아닐까요

(즉 그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적 陳述)
     
겨울시 17-12-10 16:56
 
쓸 당시부터 소통이란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소통이 목적이라면 편지를 썼겠죠.) 시가 예술의 한 분야로써 내적 소통이
 외적 소통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예술의 피상적인 부분은 물론, 말씀하신 실체적인 소통에 어느정도 관여하지만 추상적인 부분은 심리나 감정적인 측면의 소통에 대입되겠죠. 제가 접한 현대시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나름대로 작가를 꿈꾸며 그 소통이란 것을 위해 시류를 따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나열하긴 좀 그렇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어느정도 성취도 있었습니다. 저도 시작을 하며 나름대로 익힌 부분이 있어, 그것에 대입해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중입니다. 제 시에 표현 된 내적 소통을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겠다시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제 부족한 시를 합평방에 올린 이상 충분히 이견이 갈리리라 예상해 마지않았습니다. 시인님의 소중한 말씀도 저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안희선 17-12-10 18:14
 
저는 그렇습니다

이 방의 취지가 기왕에 <비평.토론>인만큼
그저 그런 감상을 나열한다기보다
(제 나름) 시의 본령 本領이기도 한, 쌍방통행적 소통에 관한 당해시의 취약점으로 부각된 것도
망설임 없이 말씀드리는 것이구요

저에게 주신 말씀에..

" 제 시에 표현 된 내적 소통을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겠다시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자신의 시를 과시하고 싶어, 이곳에 텍스트를 올린 건 아니겠지요?)

- 저의 주제넘은 말씀에 다소, 기분이 상하신 거 같기도 하네요


물론, 저의 이런 얕은 시각은 시에 접근하는 많은 길(통로)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저의 시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도 없는 것

다만, 좀 더 좋은 시를 위한 퇴고에
<이런 짧은 소견도 있구나> 하시며 참고하시면 합니다
활연 17-12-10 16:19
 
이 시는 제가 최근에 읽은 시 중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시 같습니다.
제게는 가독성이 도처에 있어 여러 번 읽게 할 것 같습니다.

첨언,
연필은 나무가 내포한 돌일 것인데 그 돌은 다이아몬드와 화학성분이 같지요. 그러니까 연필은 일종의 채광이다. 자연이 품은 언어를 채굴하듯이. 그 중심은 흑연인데 이 말은 Graphite(글을 쓰다)라는 그리스에서 유래했다는데요. 그렇다면 연필은 돌이 흘린 '음모'이거나 '향기'이거나 '노래'이거나 '눈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선, 단순한 사물 한 자루 속성을 넘는, 사유의 매개로 쓰인 연필은 언술의 알고리즘을 위한 탁월함이 느껴집니다.
1. 부분의 명사들을 나열하면 음모-언어-날개 잃은 새-모음-모험 등인데 이 명사들의 음파는 2.와 3.부분과 밀접하게 호응하고 유기적으로 준동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모음과 모험은 일종의 음성상징인데 그 말놀이는 즐겁게 읽힙니다.
행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음모-이야기-모음-모험//자음-허밍-가로수-노래-비밀로 전이 확산되고요 고백-만남-눈물 등으로 얼개를 짜고 서로 호응하고 있지요.
연필은 나-새-길-가로수-비밀을 감춘 이-우리-내 일 등으로 모습을 바꾸지만 새는 심상을 옮기는 객체로 '향기'나 '노래'보다는 어떤 비밀과 연관이 되어 있고 연필의 내심이 뭔가를 적는다면(비밀이 탄로 난) 연필(비밀을 감춘 이)은 발화(고백)하고 그 발화는 나무가 품은 돌의 단단한 결정이 녹아 눈물이 되는 지점까지 닿을 듯합니다.
모음과 자음은 단독자일 수 없으므로 '만남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데 연필은 단절된, 분절된, 부서진, 향기 없는 노래의 비밀을 위해 '날개 잃은 새'는 번민하고 고뇌할 것 같습니다.
이 시는 부(否)의 지점에서 정(正)의 지점으로 이행하는데 화자는 낙심이 아니라 '모험'을 향기 넘치는 꽃밭이 아니라 도시의 '가로수' 밑을 '허밍'으로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 난파된 말들은 언젠가 만나 '내 일' 혹은 '내일'을 품을 것입니다.
화자의 모험(연필이 그 단단한 속을 흘려 흘러가듯)은 노래나 향기가 아니라 어떤 단단한 비밀이며 밀서이며 곧 누설될 고백이며 하나의 단어가 문맥을 완성하는 만남이거나 그 문장이 흘리는 눈물, 혹은 여독 같은 것.
일견 단순하게 보이는 제재를 통해서 세상의 불화를 수습하는 모습이거나, 쓸쓸하고 절망적인 거리를 걸으면서도 '허밍'하는 흥겨움으로 절망과 좌절 혹은 분절된 상황을 건너가는 의지가 내비칩니다.
몇 마디를 안 흘렸으나
상상하고 연접하고 어떤 지점에 방점을 찍고, 그래서 상징과 비유가 적절하게 준동하는
독자에게 다양한 생각과 가독을 권하는  한 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시를 읽는 개인은, 시가 가진 아우라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다만 저마다 가진 잠망경으로
물 위를 훔쳐볼 뿐이라는 생각.
     
겨울시 17-12-10 17:57
 
제가 소견이 짧아 미처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과하다 싶은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시작을 함에 있어 익숙한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시의 형체나 정신이나 들러보지도 못한 겨울 바다처럼
들쑥날쑥거려 정신이 없었습니다. 시인님의 말씀
한 번의 천금같은 기회로 삼아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문정완 17-12-17 18:39
 
일단 본문의 시를 논하기전에 잡다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깔고 본문에 대한 배후를 추적하고자
한다

시를 소통을 위한 소통의 시만을 양산한다면  시는 창작예술이라는 이름에서 빗겨 갈 것 같고
또한 상당히 작가의 세계와 문학성이 결여된 껍데기의 언술만 있을 것이다(지독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
그렇다면 시는 무엇인가 (또 지독한 저의 개인적 생각)으로 시는 노래다 또 그렇다면 시의 노래는
어떤 것인가 아니 어떻게 부르는가 시의 노래는 수사법과 비유 상징 내연과 외연 등등의
모든 광역대가 집합을 가지는 가운데 직설적이거나 알레고리이거나 한 형식을 빌려 자아 혹은 타자에게 전언 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본문의 시에서 활연님과는 전혀 다른 해석과 시선으로 비평을 위한 비평이 아닌 한 사람 독자의 눈으로
읽은 소회를 말하고자 합니다


본문에 연필은 평범한 소재다 그 사소한 매개물의 현상에서 삶을 아우르는 사유들과 직면한다는 것은 시인의 시선이 깊숙하게 대상의 안쪽을 바라본 결과물일 것이다 시인이 시를 허투로 쓰지 않는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시는 어떤 하나의 물상에서 깨달음이나 발견 투사에 투시에서 그치는 작업이 아니고 일어난 심상을 언어로 연금하는 과정을 거치는 공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인을 언어의 마술사라 칭하는 것이리라

시에서 사유의 강이 내연이라면 언어를 도구화하여 표의하는 이 공정은 외연일 것이다 다시 말해 내연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전이와 이입 확장을 외연의 기관에서 언어의 도구를 빌려 어떤 형식과 구조 아래서 이를 구체화 시켜서 연금의 수순을 밟아 시라는 특별한 지위를 완성시켜 간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도 시를 쓸 때 반영한다면 더 좋은 시를
쓰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위에서 활연님은 허밍 노래 자음 모음 단어의 배열에서일종의 소리상징을 본문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만 저의 견해로서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싶고요

또한 본문은 상당한 비문이 존재하고 있고 그 비문으로 인해 모호성 혹은 시인 자신만의 언어에 매몰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혐의가 상당히 짙다 봅니다 비문은 시적허용이라는 전제조건도 있지만 그 시적허용 역시 시인이 의도적으로 혹은 고의적으로 문법의 틀을 깨어 그 일탈이 의도한 방향으로 효과가 반사적 작용으로 시의 의미적 흐름에 관여가 있을 때 비문도 그 효력이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이상이나 초현실주의 조향의 시는 아직도 저명한 비평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독자가 정확하게 시인의 의도대로 작품을 읽을 수는 없다는 한계점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고 읽는 이에 따라 또는 독자의 지적능력 이해력그리고 각도에 따라 시의 온도는 다르게 전이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시가 가진 세계에서 만나는  또 다른 묘미이거나 매력일 것이다

다만 본문의 시 부분 부분에서 보이고 있는 잠언이나 요한계시록 같은
질감이 아닌 관념의 벽돌을 밀도 있게 차용하여  화자의 심상과 연결했다면
독자의 이해와 불가를 넘어서 온전한 작품으로서의 위상을 획득했을 것이다는 생각각입니다

위 시를 활연님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아마도 그 가독성은 지나치게 획일적인 시들의 편향에서
모처럼 이질감을 동반한 다소 실험적인 시편을 대한 소감을 밝힌 것으로 간주되고 본문에서 전이와 확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부분 역시 시인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미리 읽고 전이와 확장의 부분에서 대상에 대한 치환과 연결이 다소 거리가 멀어져 있는 거리감을 느끼지만 시인의 그 시도에 점수를 주는 것이다 생각합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본문에서 느끼는 괴리감을 시작을 할 때 참고사항으로 참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안희선 시인님과 활연님께서 올리신 글이 있어
저는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이렇게 보는 독자의 눈도 있다는 것을 한번 더 상기 시키기 위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창작에서 독창성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또 한 쪽의 순기능을 잃게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겠습니다

쓰다보니 비평을 위한 비평이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같이 놓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십시오 겨울시님
털빠진붓 17-12-20 10:49
 
멋진 은유의 시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들 잘 읽었습니다.

저는 글 구성상의 문제 하나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시란 끝연, 그리고 마지막 행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3연 그리고 끝행으로 갈수록 다소 은유나 함축성, 상징성 면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무릎을 탁, 치는 듯한 묘미나 톡, 쏘는 식초맛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부족해서 못 느낀 것인지도 모르니
참고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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