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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5 03:11
 글쓴이 : 칼라피플
조회 : 411  

여자의 수면 위를 걷고 싶다

 

 


논 물 주고 돌아왔나

저 방, 잠든 저수지가 있다

수면의 자크를 열면 녹슨 기억이 나온다

살을 다 발래내고 남은 백골인 것들

농약병, 온갖 잡동사니들

가뭄 든 날 시간의 바닥을 줍는다


심중을 향해 걸어간 새 발자국,

상처를 메운 자의 잠버릇은 저렇다

비를 부르는 몸짓 벽을 향해 모로 눕는다

그래서 개구리가 사는 입,

봄 밤 내 귀에선 얄밉게 들렸다

한 번 돌을 맞은 자리는 계속 물수제비 뜬다

다음 사람에게로 차례가 오는 것이었다


잠꼬대는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법

잠의 우물 덮고 있는 눈꺼풀 치우면 지난 날이 가득하다

기억을 뱉어내면 녹물, 삭혀낸 아버지의 그림자다

물 속에서 시간은 젖지 않는다


칼조차 운명을 그을 수 없는 몸

돌의 상처는 쉽게 아문다

기억될 그 무엇이 없어 한 자리 고여 있기로 했다

달력의 날짜들 사이 기억이 동그라미 떠 있다

혼자 눕는 잠이 돌아오면 나는 오리 떼를 세본다

당신의 수인번호처럼 잠옷으로 갈아입는 시간

언제나 저 숫자가 함께 하리


기억의 수문을 개방하는 날도 더러 있다

저수지는 맨바닥 눕는 잠인데

수면을 걸어가되 깨지 않을 발이 무엇인가


나는 물갈퀴 없이 태어났다


오늘 밤 당신은 꼭 닫은 살이었다

잠이 깊다

익사 주의 출입금지 푯말을 달고 있다


칼라피플 18-01-05 03:31
 
이 졸작은
저수지(은유)를 통한 소통부재를 감각적으로 그렸습니다.
관념적이지만 그런대로 읽는 맛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좀더 현실감을 불어넣어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최정신 18-01-05 13:57
 
수면 위를 걷는다
 
 
 
저 방, 잠든 저수지가 있다
수면의 자크를 열면 녹슨 기억이 나온다
살을 발래내고 남은 백골인
온갖 잡동사니들
가뭄 든 날 시간의 바닥을 줍는다
 

심중을 향해 걸어간 새 발자국,
상처를 메운 자의 잠버릇은 저렇다
비를 부르는 몸짓 벽을 향해 모로 눕는다
개구리가 사는 입,
봄 밤 내 귀에선 얄밉게 들린다
한 번 돌 맞은 자리에 뜬 물수제비는
다음 사람에게로 차례가 오는 것이다
 

잠꼬대는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법
잠의 우물 덮고 있는 눈꺼풀 치우면 지난 날이 가득하다
기억을 뱉어내면 녹물, 삭혀낸 아버지의 그림자다
물 속에서 시간은 젖지 않는다
 

칼조차 운명을 그을 수 없는 몸
돌의 상처는 쉽게 아문다
기억될 그 무엇이 없어 한 자리 고인다
달력의 날짜들 사이 기억이 동그라미 떠 있다
혼자 눕는 잠이 돌아오면 나는 오리 떼를 세본다
당신의 수인번호처럼 잠옷으로 갈아입는 시간
언제나 저 숫자가 함께 하리
 

기억의 수문을 개방하는 날도 더러 있다
저수지는 맨바닥 눕는 잠인데
수면을 걸어가되 깨지 않을 발이 무엇인가
 

물갈퀴 없이 태어난 나
 

오늘 밤 당신은 꼭 닫은 살이다
잠이 깊다
익사 주의 푯말이 붉다

_____________________
님의 시적 서술이나 묘사의 궤적은 이미 전문가의 지경에 이르러
훔쳐보고 도적질을 하곤 하지요

내놓은 글이니 별 대수럽지도 못한 첨언을 합니다
종결음이 현재와 과거로 맺음 한 뜻이 따로 없다면
독자의 눈으로 군살을 거두고 이렇게 호흡해 봅니다
시제에(여자의)가 꼭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정답은 모르기도 없기도 합니다
다만 독자의 호흡이니 그렇기도 하구나 하고 버리십시요
     
삼생이 18-02-04 01:22
 
헐 제가 하고 싶은 말....
칼라피플 18-01-05 14:56
 
시를 쓰면서  모든 독자를 충족할 수는 없을까 늘 고심합니다.
쉽게 잃히면서도 결코 쉽지 않을 시를 쓰고 습니다.
감사합니다~
활연 18-01-06 00:12
 
"수면의 자크", "메운 자의 잠버릇", "잠의 우물", "돌의 상처", "당신의 수인번호처럼", "기억의 수문"
이 은유들은 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중에서 저는 '수면의 자크' 정도만 인상적으로 읽힙니다.
관형격 조사 '의'는
일본어 노(の) 영향이고 그 쓰임은 참 다양하지요.             
•1. 격조사(格助詞) •2. 병립조사(並立助詞) •3. 終助詞 •4. 연체격(連体格)

우리말 용도를 보면,

(1) 선행하는 체언이 사물에 대한 소유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2) 선행하는 체언이 어떤 본연적이거나 임의로운 속성 또는 드러나는 현상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3) 선행하는 체언이 어떤 행동이나 상태 변화 또는 결과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4) 선행하는 체언이 어떤 행동이나 작용의 대상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5) 선행하는 체언이 어떤 행동이나 현상의 원인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6) 선행하는 체언이 부분에 대한 전체 또는 유효한 범위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등등 그 쓰임이 십여 가지가 넘는데요.

명사+명사가 충돌할 때 요긴한 말이긴 하고, 쉽게 은유를 구성하지만, 그만큼 막연한 은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방, 잠든 저수지가 있다"
 "수면의 자크를 열면 녹슨 기억이 나온다"
 "상처를 메운 자의 잠버릇은 저렇다"
 "한 번 돌을 맞은 자리는 계속 물수제비 뜬다"
 "기억을 뱉어내면 녹물, 삭혀낸 아버지의 그림자다"

이 표현들은 이 시를 활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타 좋은 표현들이나 비유들이 많으나 그것들이 마치 수면에서 난반사 하듯이
어떤 정점을 향해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 조각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 문장들이 퍼즐을 맞추되 그 모자이크(mosaic)가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제각기 내가 이 그림의 주체야, 하는 것처럼 표현을 위한 표현이 많다는 느낌.

「녹슨 기억-잠버릇-지난 날-잠옷으로 갈아입는 시간-맨바닥에 눕는 잠-푯말」
이런 축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심상을 구축하는 건 어떨까요.
잠언 어투 이를테면,
"심중을 향해 걸어간 새 발자국"
"잠꼬대는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법"
"칼조차 운명을 그을 수 없는 몸"

등등은,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다' 처럼 공허하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하겠지요. 이런 어투가 시에서 좋은
'폼'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네요. 폼나지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시는 여러 장점이 있는 것 같은데,
중언부언의 진술을 줄이고, 막연한 표현법 등을 좀 갈아엎으면
그 완성된 퍼즐이 아름다운 윤곽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모자이크가 언어로 조각한 어떤 합일체가 되었을 때
독자 마음으로 번진 무늬가 붉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칼라피플 18-01-06 18:07
 
감사합니다. 활연 님 좀더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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