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12-01 09:06
 글쓴이 : 장남제
조회 : 371  
나가사키 하역장/장 승규

 

이른 가을의 안색이 안 좋다
처음으로 찾은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초입에 서니
원폭에서 살아남은
사지가 멀쩡한 흑백사진 한 장이 낯을 가린다
안색이 변한다. 차츰 흐려진다
나를 아는 듯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나가사키 역전, 그 하역장엔 눈이 내리고
멀리 화차에서 연신 가마니를 받아 내리는 
젊은이
쌀가마니에 무심히 내려앉는 눈을 함께 받아 내리고 있다
고향에서 왔을지 모른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해마다 아버지는 공출을 냈다. 쌀가마니를
진삼선 화차에 실어보내곤 했다
눈이 내릴 즈음에

이제 자료관을 돌아나와
폭심지 인근에서 먹는 짬뽕, 아린 기억이 난다
고향 쌀맛이 난다



**2017.11 일본 규슈지역에 단체여행을 갔다.
관광버스가 나가사키로 간다는데
눈물이 났다. 그치질 않고 창피하게 한참을 났다. 이 시는 여기가 1차 시발점이다 
나가사키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나가사키는 내가 어릴 적에 내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있는 곳이고
내 젊은 아버지가 흑백사진 안에 있는 곳이고,
귓바퀴가 벌겋게 부은 역전이 있고, 
실루엣으로만 알아보는 시커먼 탄광이 있고,
1944년생 내 형님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어찌 내 아버지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일까
힘없는 내 민족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우리 민족 앞에 다시는 
훗날 역사에서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없도록 해야겠다.

내 고향 사천에 진삼선이란 철길이 있었다.
그 길로 
조선의 많은 쌀이
조선의 젊은 사람들이
그 길로 가야 했다.
그 길 끝에 항구도시 삼천포가 있었다. 아니, 나가사키가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돌아온 사람이 있다지만,
쌀은 한 톨도 돌아온 쌀이 없다.

나가사키에서 떠나는 길에 점심으로 먹은 짬뽕
그 맛이 어땠을까?




오영록 17-12-01 14:38
 
가마니를 받아 내리는
젊은이
이마져도 나였을지 모를 아픔을
쉬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고 새겨야 겠지요..
춥습니다.
임기정 17-12-02 23:37
 
나가사끼는 잘 다녀오신 것 같은데
덤을 하나 얹어 오셨네요.
고뿔에는 나가사끼 짬뽕이 얼큰하다는데
얼른 밀어내시고 고국에 계시는 내내
건강하십시요
스치듯 한 인사 얼마나 여운이 남는지
무진장 반가웠습니다. 장남제시인님
이명윤 17-12-03 14:32
 
쌀가마니에 무심히 내려앉는 눈을
함께 받아 내리고 있다

아픈 역사도, 기억도... 돌아보면
무심히 내려앉는 눈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남제 17-12-03 20:35
 
오시인님
나였는지도 모르지요

임기정님
나가사끼는 잘 다녀왔는데요
감기기운을 얻엉왔네요.ㅎ

이명윤님
언제나 좋은 시 즐감하고 있습니다
활연 17-12-04 19:55
 
오랜 시간이 추보식 걸음하다가
축지법으로 시간을 요약하는 듯합니다.
지구는 상처투성이이고, 인간은
잔혹한 동물이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랜 시간을 환기해도 시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시공이 손아귀에 있어서, 많은 파고를
함축적으로 읽었습니다. 남은 여행
아름답게 여울지시기를...
최정신 17-12-05 02:12
 
먼 이국에 삶의 둥지를 틀었음은
운명의 파고에 휩쓸린 노정이겠으나
마음 속 깊은 여울엔 남강의 꽃고무신이 떠가고
누이의 살가운 눈길이 그리움이겠으니
잠깐의 여정에서도 향수어린 애잔이 흐릅니다
잘 가시고 꽃피는 봄날 벗꽃피듯 오세요
문정완 17-12-06 03:51
 
늘 먼곳에서 오셔서 밥을 사시는 시인님 거듭 밥 잘 먹었습니다 인사드립니다
근래 올리신 시편 잘 감상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건강하십시오
장남제 17-12-06 07:52
 
활연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지문같은 것이겠지요

최시인님
내년 봄에 다시 뵐게요.
이번 방문에서도 번개에 자주 참석해 주시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문정완님
자주 밥 사드릴게요 ㅎ
고맙습니다
이종원 17-12-06 08:59
 
그 흑백사진은 나가사키에서 보아야 제대로 가슴에 스며들것만 같습니다.
사진에서 끌려온 아픈 영혼들을 위한 쌀밥 한그릇 올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장의 시는 그런 힘이 있음을 다시 느끼며, 놓치지 않은 시인님의 눈빛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여깁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9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6) 허영숙 04-18 43
338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80
337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120
336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117
335 등꽃 (3) 장남제 04-11 88
334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166
333 쉘부르의 우산 (6) 조경희 04-05 207
332 고드름 (8) 서피랑 04-03 199
331 마르코 修士 (10) 강태승 04-03 188
330 낙화 (6) 장남제 04-03 131
329 노을 (3) 김용두 03-30 161
328 신춘문예용新春文藝用? (5) 강태승 03-19 274
327 고레섬 (4) 장남제 03-19 159
326 꽃방귀 (4) 이시향 03-19 186
325 나는 내게 반성하기로 했다 (8) 강태승 03-15 283
324 생각해야지 (7) 서피랑 03-14 238
323 폐가 (5) 김용두 03-08 232
322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287
321 마리아 칼라스- (6) 장남제 03-06 177
320 빨래하다가 (6) 오영록 03-05 240
319 어쩌면 좋을까 (7) 성영희 03-04 328
318 베트남쌀국수 (8) 서피랑 03-02 245
317 나미브 사막에서- (6) 장남제 03-02 188
316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 (5) 이시향 03-01 174
315 자연自然도 시를 쓴다 (7) 강태승 02-28 272
314 엇노리 (9) 최정신 02-27 311
313 엄니의 흔적- (6) 장남제 02-26 218
312 남의 편 (5) 서피랑 02-26 238
311 그의 각도 (4) 허영숙 02-26 253
310 민들레 유산 (5) 장남제 02-23 232
309 우수雨水 (4) 박광록 02-21 209
308 텃새 (3) 장남제 02-19 241
307 가을비 (2) 장남제 02-09 283
306 어느 가을날의 후회 (5) 김용두 02-09 291
305 김진수 동인께서 시집 <설핏>을 출간하셨습니다 (5) 허영숙 02-05 268
304 희망봉- (7) 장남제 02-03 298
303 사랑 (7) 오영록 02-01 374
302 어긋난 사랑 (13) 香湖김진수 02-01 383
301 지붕문서 (7) 성영희 01-30 423
300 깃대- (6) 장남제 01-27 300
299 겨울장미- (3) 장남제 01-21 380
298 행복한 집 (2) 金離律 01-15 464
297 허물벗기 (3) 강태승 01-12 453
296 갯마을- (4) 장남제 01-12 346
295 동침신전앙와장 (5) 활연 01-06 455
294 낯선 섬- (5) 장남제 01-05 369
293 아 ~ 봄 (7) 오영록 01-03 394
292 1장 1절에 대한 단테의 보고서[퇴고] (4) 金離律 01-03 370
291 새해 아침에 (4) 박광록 01-02 316
290 박*수 (7) 박커스 12-28 395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