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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12-01 09:06
 글쓴이 : 장남제
조회 : 207  
나가사키에서/장 승규

 

이른 가을의 안색이 안 좋다
관광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나가사키로 간다

원폭 자료관 초입에서
사지가 멀쩡한 흑백사진 한 장이 낯을 가린다
안색이 변한다. 차츰 흐려진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나가사키 역전, 그 하역장엔 눈이 내리고
멀리 화차에서 연신 가마니를 받아 내리는 
젊은이
쌀가마니에 무심히 내려앉는 눈도 함께 받아 내리고 있다
고향에서 왔을지 모른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해마다 공출을 냈다. 쌀가마니를
경전선 화차에 실어보내곤 했다
눈이 내릴 즈음에

이제 자료관을 돌아나와
폭심지 인근에서 먹는 짬뽕, 아린 맛이 난다
하역장 쌀맛이 난다



**2017 11 일본 규슈지역에 단체여행을 갔다.
관광버스가 나가사키로 간다는데
눈물이 났다. 그치질 않고 창피하게 한참을 났다. 이 시는 여기가 1차 시발점이다 
나가사키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나가사키는 내가 어릴 적에 내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있는 곳이고
내 젊은 아버지가 흑백사진 안에 있는 곳이고,
귓바퀴가 벌겋게 부은 역전이 있고, 
실루엣으로만 알아보는 시커먼 탄광이 있고,
1944년생 내 형님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어찌 내 아버지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일까
힘없는 내 민족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우리 민족 앞에 다시는 
훗날 역사에서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없도록 해야겠다.

내 고향 사천에 경전선이란 철길이 있었다.
그 길로 
조선의 많은 쌀이
조선의 젊은 사람들이
그 길로 가야 했다.
그 길 끝에 항구도시 삼천포가 있었다. 아니, 나가사키가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돌아온 사람이 있다지만,
쌀은 한 톨도 돌아온 쌀이 없다.

나가사키에서 떠나는 길에 점심으로 먹은 짬뽕
그 맛이 어땠을까?




오영록 17-12-01 14:38
 
가마니를 받아 내리는
젊은이
이마져도 나였을지 모를 아픔을
쉬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고 새겨야 겠지요..
춥습니다.
임기정 17-12-02 23:37
 
나가사끼는 잘 다녀오신 것 같은데
덤을 하나 얹어 오셨네요.
고뿔에는 나가사끼 짬뽕이 얼큰하다는데
얼른 밀어내시고 고국에 계시는 내내
건강하십시요
스치듯 한 인사 얼마나 여운이 남는지
무진장 반가웠습니다. 장남제시인님
이명윤 17-12-03 14:32
 
쌀가마니에 무심히 내려앉는 눈을
함께 받아 내리고 있다

아픈 역사도, 기억도... 돌아보면
무심히 내려앉는 눈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남제 17-12-03 20:35
 
오시인님
나였는지도 모르지요

임기정님
나가사끼는 잘 다녀왔는데요
감기기운을 얻엉왔네요.ㅎ

이명윤님
언제나 좋은 시 즐감하고 있습니다
활연 17-12-04 19:55
 
오랜 시간이 추보식 걸음하다가
축지법으로 시간을 요약하는 듯합니다.
지구는 상처투성이이고, 인간은
잔혹한 동물이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랜 시간을 환기해도 시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시공이 손아귀에 있어서, 많은 파고를
함축적으로 읽었습니다. 남은 여행
아름답게 여울지시기를...
최정신 17-12-05 02:12
 
먼 이국에 삶의 둥지를 틀었음은
운명의 파고에 휩쓸린 노정이겠으나
마음 속 깊은 여울엔 남강의 꽃고무신이 떠가고
누이의 살가운 눈길이 그리움이겠으니
잠깐의 여정에서도 향수어린 애잔이 흐릅니다
잘 가시고 꽃피는 봄날 벗꽃피듯 오세요
문정완 17-12-06 03:51
 
늘 먼곳에서 오셔서 밥을 사시는 시인님 거듭 밥 잘 먹었습니다 인사드립니다
근래 올리신 시편 잘 감상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건강하십시오
장남제 17-12-06 07:52
 
활연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지문같은 것이겠지요

최시인님
내년 봄에 다시 뵐게요.
이번 방문에서도 번개에 자주 참석해 주시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문정완님
자주 밥 사드릴게요 ㅎ
고맙습니다
이종원 17-12-06 08:59
 
그 흑백사진은 나가사키에서 보아야 제대로 가슴에 스며들것만 같습니다.
사진에서 끌려온 아픈 영혼들을 위한 쌀밥 한그릇 올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장의 시는 그런 힘이 있음을 다시 느끼며, 놓치지 않은 시인님의 눈빛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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