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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12-21 02:07
 글쓴이 : 장남제
조회 : 194  
억새풀 당신/장 승규



저무는 석촌호수
서호 길섶에 등판 너른 바위 하나
아직도 삐딱하다

그래도 등판이 넓어서
둘레길 걷다가 
별 보며 쉬기에 여전히 마춤이다

호수는 늘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반평생
오도 가도 못 하고
가난한 등판에 뿌리박고 사느라 억세진 
풀잎아씨 
소매 붙잡고 용서 빌고 있다

후회없다 후회없다
바람 없이 
도리질하는 풀잎아씨




**잠실에는 석촌호수라는 작은 호수가 있다.
서쪽을 서호, 동쪽을 동호라 불리우고 8자처럼 생겼는데, 나는 서호를 더 좋아한다
아마 둘레길이 더 마음에 들어서 일 것 같다.
둘레길에 울창한 나무가 여름에도 뙤약볕을 가려서 걷기에 마춤이다

그 둘레길을 돌다 보면 등판 너른 바위가 물가에 엎드려 있는데,
물 바깥이라 물고기를 잘 잡을 것 같지도 않고, 삐딱하니 빗물이라도 많이 고일 리가 없고,
나처럼 무능해 보인다. 이 시는 여기가 1차 시발점이다.
세상에, 그 바위 위에도 풀이 나 있다.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이 만만치 않은 세상에, 그 삐딱한 바위 위에 삶이...

나는 고운 아씨를 데려다 
젊어서는 아궁이 연탄 가느라 생눈물 흘리게 하고,
쥐꼬리 봉급에 물 달라 밥 달라 거들먹거리기나 하고,
이사를 몇 번이나 다녀도 회사일 핑계로 한 번도 함께 한 적 없고,
아직 호강 한 번 시켜주지 못하고선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한다면서 눈치나 보고,
이제는 주름지고 탄력 잃은 피부 두고, 그래도 곱다 곱다 안심이나 시키고,
그렇지, 피부보다 마음은 곱다.

암. 용서 빌어야지, 아씨께



박커스 17-12-21 11:17
 
건강하시지요 시인님.
충주 어딘가 식당에서 가위바위보 게임 했던 기억이
매우 아프게 생각나네요.^^ 농입니다.
석촌호수 근처가 삼전도,
뭉클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잘 감상햇습니다.
문정완 17-12-21 14:55
 
역시 시는 서정의 풍경만큼 뭉클 시큰한 것은 없나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金富會 17-12-22 08:57
 
억새의 모습에서..삶의 한 단면을....
사는일이 늘 흔들리는 가 봅니다.
년말 잘 보내세요..
최정신 17-12-22 10:24
 
후회없다 후회없다//
도리질 하는 풀잎의 삶,
한 낱 풀잎에도 철학이 담겼네요
남은 년말도...굿 데이.
이명윤 17-12-22 16:44
 
마지막 연이 압권이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성영희 17-12-22 21:46
 
겨울이면 더욱 꼿꼿해지는 억새풀
저도 그 옹골진 정신을 본받아야겠습니다.
뵐때마다 참 편안한 분이시다 생각들었습니다.
활연 17-12-23 19:22
 
자연산 시집이 곧 출간될 것 같습니다.
그 활어들은 수족관을 나와
별자리로도 가고 독자에게로도 스밀 듯.
요즘 타작하는 일!
풍년, 상모돌리기 같습니다.
장남제 17-12-23 21:12
 
동인님들 덕분에
부끄러운 시라도 다시 올립니다.
다녀가신 박카스님, 문정완님, 김부회님, 산골님, 명윤님, 성영희님, 활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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