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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12-22 09:39
 글쓴이 : 활연
조회 : 535  


필생의 호흡



 
     활연





   배롱나무 이정표를 따라가면

   가윗밥 오려낼 질박한 생 서걱거리는 데 있으리라

   꽃그늘 붉어 우두망찰 길을 잃으면

   산그늘 번지는 들녘과 다 타버린 물비늘 같은 청춘이 보인다

   산벚나무는 긴 발 멀리 뻗고

   동백은 눈밭에 떨궈댈 꽃물 끓이는데

   새벽이슬 적시며 건너간 적멸의 편에서 시 하나 겨우 기대던 흙벽 헐거운 날이 있었다

   땅끝 낮은 처마 아래

   호미로 시 몇 줄 적다 더욱이 쓸쓸해지면 해풍에 실려 머나먼 창해까지 마중 나갔다가

   차랍차랍 누렁이 밥 먹는 소리* 들으러 오는

   오로지 시 하나로 견디고 연명하였던
   시인이 있었다




     * 김태정 시『달마의 뒤란』에서 가져옴.





최정신 17-12-22 10:40
 
다금다금 스며 오는 서정 한 편이 겨울 아침을 따듯하게 데워 주네요

개인적으로 김태정시인의 작품을 선호하기도, 참 안타까운 시인의
짧은 생애에, 있다면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같은 작품을 만날텐데...

꽃그늘 붉은 시,에 젖습니다.
     
활연 17-12-23 18:54
 
'땅끝마을'인 전남 해남의 미황사(美黃寺) 주지 금강(52) 스님은 ‘달마고도(達摩古道)’라는 길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님은 “1000년이 넘은 옛길을 자연 친화적인 치유의 길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곡괭이와 삽과 지게로만 만든 길!
오래전 미황사를 간 적 있는데, 다음엔 최근에 열린 달마고도를 한 번 가봐야 겠어요.
이명윤 17-12-22 16:34
 
감탄.....
꽃물이 펄펄 끓습니다..
     
활연 17-12-23 19:06
 
여러번 고친 글인데 아직도 미지근하네요.
시처럼 살다간 시인도 있더군요.
장남제 17-12-22 21:21
 
질박한 생 서걱거리는 데가 어딜까
     
활연 17-12-23 19:07
 
요즘 온천지가 질척합니다.
해남 땅끝에서는 한 발만 더 나서면 검푸른 윤슬로 익사,
우리나도 아름다운 곳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성영희 17-12-22 21:30
 
엄동에도 땅속 깊은 곳에서는 희고 얇은 꽃잎들을 접어 붙이는 손길들이 분주하겠지요.
꽃잎처럼 살다간 시인이지만 시인을 꺼내 읽는 마음이 이토록 간절하다면 그곳이 어느곳이든 꽃길이겠습니다.
누렁이 밥 먹는 소릴 듣다가 그만 울컥하고 말 것 같은 저녁...
     
활연 17-12-23 19:10
 
단 한 권의 시집,
물욕과는 거리가 먼, 참 소탈하게 살다간 시인.
그러나 늘 민중의 편이었던 따뜻한 마음.
'나도 남자랑 잔 적 있어'라던가!
백년을 살든 천년을 살든 시인들은 시집 안에서
숨쉰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정완 17-12-22 23:44
 
시는 울컥거리는 것인데 시밥에 울컥거리는 밤
내 생애 시를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울컥 또 울컥거리는 날
내년엔 활의 시에 활짝 꽃피는 새해 벽두의 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활연 17-12-23 19:13
 
글 쓰는 사람이라도 시 대접은 외려 소홀하지요.
타자보다는 내 시가 보석 같아 식이어서 시를 참 안 읽는 세상.
감정들을 위한 감정들은 자주 품절 되지만,
잊힌 시인들, 그러나 조용한 밤에 창문을 두드릴 것 같아요.
우연, 의도적으로 가본 달마산 자락. 그곳 동백과 산벚나무
뿌리 속으로 들어간 시인. 해마다 꽃피겠지요.
허영숙 17-12-27 15:33
 
지난 주에  해남 미황사를 갔습니다
김태정님의 미황사를 다시 찾아 읽으며
단청도 없는 본당이 꼭 그 시인과 닮아서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달마고도의 길이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다음 번엔 꼭 다녀오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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