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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1-03 14:40
 글쓴이 : 오영록
조회 : 400  

아 ~ 봄

 

 

지난해 봄 아지랑이가 댓돌 아래 몰래 슬어 놓은 알 위로

추녀에 맺혔던 고드름이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코를 골던 알의 정수리를 들이받는다

 

소나기에 놀라 좌심방 이첨판 뒤로 굄돌처럼 숨어들었던 울렁거림이

물러났는지

신발 뒤꿈치라도 빠진 몸처럼 기우뚱거리고 있다

 

얼었던 발잔등으로

이름 모를 벌레들이 개미 떼처럼 서둘러 모여들고 있다

할 말을 잃은 듯 굳게 다물고 있던 저수지가

옹알이하듯 여기저기 열리고

 

겨우내 전깃줄에 외발로 앉아 사무적으로 울던 멧새가

오늘은 우듬지에 두 발로 앉아

가끔 콧소리를 섞는다

 

이때쯤이면 등판에 꽃 문신을 새기고 동면에 들었던 유월 미기도

꽃으로 환생하는 꿈을 너무 많이 꾼 탓에

옅어진 문신에 독 없는 물뱀에 불과하겠다.

 

식욕을 잃었던 진흙탕 길은 다시 왕성한 식욕으로 발목을 잘라 먹고

발목을 잃은 고라니나 멧돼지도

각기병을 앓는데

 

아 ~ 봄이 온다고, 봄이 온다고

병석의 구순 울 엄니

참꽃 놀이 갈 준비하고 있다.


임기정 18-01-03 20:29
 
이 시를 읽고 있으니 봄이 성큼 온 것 같네요
오샘 귀한시 잘 읽었습니다
구리구 또 추카
만땅으로
     
오영록 18-01-04 10:31
 
나의 소중한 독자 한 사람이
이 봄을 넘길수 있을지
임쌤// 춥네요..
따스한 축하 감사합니다.
金富會 18-01-04 08:40
 
제가 아는 시인 중..
가장 시를 시답게 쓰시는 분....
미사여구와 억지 춘향으로 만들어진 글에 지칠때 쯤이면....
오영록 시인의 시를 정독합니다..
그 곳에 글의 본향이 있는 것 같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구순의 어머니.....잘 봉양하시구요
     
오영록 18-01-04 10:32
 
아이구 김쌤// 늘 이리 졸시를
좋게 읽어 주시니 늘 감사할 뿐입니다.
아름다운 동행
소중한 인연
감사합니다.
장남제 18-01-06 05:58
 
그 순진한 웃음 위에 벌써 봄이 오는군요.

그 웃음은 절대로
사무적으로 웃던 웃음이 아니었습니다.ㅎ

시어도 그 웃음처럼
순진하고 좋습니다. 남제는
이명윤 18-01-07 13:07
 
김부회시인님의 말씀에 공감...
시골에서 만나는 순한 웃음 같은 시,
문 앞에 놓고 간  검정봉다리에 담긴
무우며 시금치 같은 시,
허영숙 18-01-11 10:55
 
봄이라고, 자꾸 말하면
봄이 조금 더 일찍 올 것만 같습니다

읽고나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이 시의 따뜻함도 있겠지만
시인님의 그 웃음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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