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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1-30 19:50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496  
지붕문서

 성영희

 

한 겨울에만 자라는 뿌리가 있다
물결무늬 고랑 끝에서 자라나는  투명한 뿌리들
뚝 떼어서 와작 씹으면
이만 시리던,
뿌리가 부실한 사내애들은 곧잘 겨루기를 했다
손 한번 베지 못한 그 맑은 칼싸움으로부터
쨍그랑 잘려나가기도 하던 긴 겨울

처마 끝에서 자라는 고드름은 뿌리열매다
씨앗하나 심을 땅 없는
가난한 양철지붕의 겨울 수확
잠깐의 햇살에도 툭 끊어지고 마는
가늘디가는 한철 농사다

고드름도 잘 자라지 못하는 북향집
실로폰 같은 뿌리들이
똑똑 물방울을 떨군다
꽃 밑으로 뻗어나가는 뿌리 대신
처마 끝에서 고작,
도돌이표로 돌아가는 음계들

겨울이 흘러내리고 있다
한 여름 땅속 열기들이
뿌리 끝으로 빠져나간 흔적처럼
처마 아래 봄을 파종하고 있다
이 뿌리로 겨울을 났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한꺼번에 툭,
떨어져 내리는 소리로 겨울은
거푸집을  깬다


2018 아라문학 봄호

장남제 18-01-30 22:31
 
성영희님

반갑습니다
자주 좀 오세요. ㅎ

"처마 아래 봄을 파종하고 있다"
그 봄 금방 싹이 날 것 같아요.
성시인님 덕분에.ㅎ
     
성영희 18-02-01 15:49
 
안녕하시지요 시인님
자주 뵈어야는데 천성이 나무늘보라서
가뭄에 콩나듯 함을 해량해 주세요.

한파도 지나고 오늘은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햇볕이 놀라네요.
늘 반기는 걸음 감사드려요.^^
오영록 18-02-01 09:54
 
세공이 잘 되었습니다. 그려
역시 세공의 달인으로 인정합니다.
ㅋㅋ 잘 지내시죠..
성영희 18-02-01 15:54
 
반가워요 오쌤
거듭×100000000000
축하 드리고요.
못가서 송구하구요.

낼은 따듯한 나라로 날아가는 날인데
하필 오늘 대상포진 진단을 받아서 난감 백배네요.ㅜㅜ
잘지내시고 또 봬요^^
허영숙 18-02-05 13:11
 
차분하면서도 할말을 다하는 시
그런 사유기 깃든 성시인님의 시 팬으로
이 시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읽습니다
좋은 시 자주 보면 더 좋겠습니다
최정신 18-02-05 15:34
 
냉철한 겨울나기에서 사유한 한 편이 날카롭네요
더운나라에서 건져올 시는 또 월매나 사람을 녹일라나
예쁜 얼굴을 강타한 포진은 날리고
봄싹은 고이 간직해 오세요
서피랑 18-02-06 20:16
 
시선, 서술
둘다 단단하시니
시를 시답게 잘 익히시는 것 같습니다,
배울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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