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3-04 21:57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447  

어쩌면 좋을까 

 

성영희

 

누가 야생의 뿔들을 사육에 가둬 놓기 시작 했나

목책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염소

어떻게 좁은 틈으로 내밀었는지

딱 걸려서 빠지지 않는 목 하나가 우리밖에 갇혀 있다

 

목이 걸린 순간 우리가 된 바깥

거둬들이지도 빠져 나오지도 못한 채

휘어진 뿔에 바람 탑을 쌓고 있는 염소가

득도 중인 듯 눈 뜨고 있다

 

동물이란 머리만 아는 존재일까

제 머리 크기도 모르면서

답답한 우리를 내다본 일이 고작

바깥에 갇히는 일이었다니

 

내친 김에 저 좁은 틈으로

몸을 빠져 나오는 건 어떨까

들판과 마을과 천지가 다 안쪽이 된 지금

가끔은 목을 거둬들이는 일보다

몸을 빼내는 일이 더 쉬운 일이라는 듯

한 뭉치의 바람이 훅염소우리를 훑고 지나간다

 

염소의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어린 말일지도 모른다

늙어서도 아기 소리를 내는 염소들

자꾸 언덕을 오르려는 것은 어린 소리 위한

늙은 발목의 채근 아닐까

 

어쩌면 좋을까

거둬들이지도 빼내지도 못하는 저 목,




대일문학 20호


임기정 18-03-04 22:32
 
이 시를 보며 그림이 그려집니다.
염소야 왜 그랬어.
바깥세상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었다고
성 시인님께 시 한편 얹어 주었으니 됐다
토 닥
잘 읽었습니다.
장남제 18-03-05 00:33
 
성시인님

안과 바깥이
머리 하나로 결정되어집니다

목소리는 늙은이로
대신에 몸은 아기로 바꿔달라면 안 될까요
오영록 18-03-05 11:43
 
잘 지내시지요..//
나도 저렇게 무엇엔가 목만 넣고
버둥거리고 있지는 않는지
봄이네요..// 몸도 마음도 화사하시길ㄹ...요.
서피랑 18-03-07 14:55
 
참 시를 잘 그려 내시네요.^^

염소들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어린 말,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말이 울음 같기도 하고 옹아리 같기도 한,
조경희 18-03-09 10:23
 
늙어서도 어린 소리를 내는 염소의 사유를
멋지게 풀어내셨군요
잘 지내고 계시죠^^
성영희 18-03-09 11:55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얽매여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할때가 가끔 있지요.
우리에 갇힌 염소도 제 뜻은 아니었을텐데
바람만이 자유롭게 목책사이를 드나들더군요.
다녀가신 시인님들 고맙습니다.
활기찬 봄날 맞으세요.^^
허영숙 18-03-19 11:57
 
지인이 염소농장을 하는데
함께 지내다  한 마리가 인간의 몸보신 때문에 끌려가면
남은 염소들이 다 안다는 듯
그렇게 오래 그 염소를 쳐다본다네요
그들의 언어가 있다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68 절흔 (3) 활연 06-22 39
367 천궁 사파리 (3) 활연 06-20 70
366 뻐꾸기 (3) 김선근 06-20 77
365 축!!! 신이림 동시집 <춤추는 자귀나무> 출간 (7) 허영숙 06-17 81
364 단풍나무 (8) 강태승 06-15 166
363 우린 수정거울 속 겨울을 알고 있지 (4) 활연 06-12 140
362 종달새를 위하여 (2) 활연 06-11 137
361 형광(螢光) (7) 최정신 06-05 225
360 자격증을 받다 (4) 오영록 06-04 148
359 말 해봐 (6) 강태승 06-03 169
358 순간의 꽃 (8) 김용두 05-31 162
357 아직도 애 (4) 임기정 05-27 127
356 먼 생 (2) 활연 05-25 160
355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4) 허영숙 05-25 154
354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121
353 섬진강 (7) 최정신 05-23 232
352 알지 못하는 앎 (4) 활연 05-22 189
351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170
350 절편의 발생 (6) 활연 05-21 238
349 농사작법農事作法 (7) 강태승 05-18 181
348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200
347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303
346 두꺼비 (5) 활연 05-04 321
345 감기 (12) 서피랑 04-30 314
344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315
343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242
342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258
341 빗물 (8) 강태승 04-22 284
340 구들장 (5) 성영희 04-22 276
339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226
338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201
337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297
336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288
335 등꽃 (3) 장남제 04-11 230
334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298
333 쉘부르의 우산 (7) 조경희 04-05 324
332 고드름 (8) 서피랑 04-03 313
331 마르코 修士 (10) 강태승 04-03 289
330 낙화 (6) 장남제 04-03 254
329 노을 (3) 김용두 03-30 281
328 신춘문예용新春文藝用? (5) 강태승 03-19 484
327 고레섬 (4) 장남제 03-19 266
326 꽃방귀 (4) 이시향 03-19 308
325 나는 내게 반성하기로 했다 (8) 강태승 03-15 415
324 생각해야지 (7) 서피랑 03-14 371
323 폐가 (5) 김용두 03-08 324
322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426
321 마리아 칼라스- (6) 장남제 03-06 269
320 빨래하다가 (6) 오영록 03-05 347
319 어쩌면 좋을까 (7) 성영희 03-04 448
 1  2  3  4  5  6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