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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4-30 19:42
 글쓴이 : 서피랑
조회 : 388  

감기


이명윤

 


겨울바람의 행간을 더듬다가 그만 감기에 들고 말았다

바람이 며칠 머물다 가는 동안

숲 속에 아이처럼 누워 있다

 

백발의 한의사가 처방해 준 눈이 내리고 내려서

중얼중얼 입술을 덮고

외로운 숲을 덮고

어지러이 흐르는 시간을 덮는다

오래된 나무가 옛 얼굴로 걸어와 이마에 손을 얹더니

무언가 말을 하고 사라졌다

 

숲 밖의 세상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 들려오고 하나 둘 스산한 그림자들이 몰려왔

아무리 눈을 끌어당겨도 검은 저녁을 다 덮지 못했다

그때 어렴풋이 나를 관통한 바람이 불 같은 속내를 품은 서술임을 깨달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물이 줄줄 쏟아지고

불완전한 감정이 펄펄 주전자의 물처럼 끓어오르고

쿨럭쿨럭 자꾸만 목에 가시가 걸리는 詩를 꿈결인 듯 생시인 듯

옛이야기 읽듯

훌쩍훌쩍,

밤새 소리 내어 읽었다



<2018 시마을동인시집 "동감"에 수록>

 


임기정 18-04-30 22:25
 
읽어도 늘 기분 좋은시
만나면 더 반가운 시인
정말 즐거웠습니다.
     
서피랑 18-05-01 21:03
 
저야말로 그렇습니다..
붙임성 없는 제가
형님이라 부르는 몇 안되는 분입니다 ㅎㅎ
金離律 18-05-01 03:08
 
창작방의 구름 일기..와 다른 전개.방식.
이 작품의 흐름이 더 유연하고..
감기듯 달라붙는 풍경이..서늘합니다.
언어의 미각화...진짜 시를 읽었습니다^^
시는 빼는 예술이라는 말을 신봉하다..
정정 해야 겠다는..생각이 들게 하네요.
시는...함축이라는 경계를 넘어야..시 다운 시가 된다는,
시는 빼는 예술이 아니라..
시, 그 자체일때 예술이 되는 것같습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그만 감기에 걸렸다와..
겨울 바람의 행간을 더듬다가..와
흠~~~~
     
서피랑 18-05-01 21:07
 
좋은 말씀...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려도 되겠지요!!

첫 행은 사족?
사실 진부하거나 상투적으로 읽히지 않을까
우려하던 대목이었는데..

암튼 밝은 눈으로 시를 읽어주시니
여러모로 힘이 됩니다.
오영록 18-05-01 10:12
 
못봬 아쉬웠습니다./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늘 나를 확인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 풋내가 나서일까요..//
묵혀두었던 칼이 시퍼렇게 다시 번뜩임을 뵙니다.
그 때마다 역쉬~~ 예리한 단면에
키스를 하곤 합니다.
감사합니다.//
     
서피랑 18-05-01 21:11
 
네, 오시인님,
사람 좋은 웃음은 가을 모임 때 만나기로 할게요 ^^
사실 오시인님을 비롯한
여러 동인님들 작품에 자극받아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만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허영숙 18-05-02 10:36
 
강물 같은 서술과 사유가 비오는 아침
이 시에 오래 머물러 있게 하네요
이 정도의 시가 나온다면 나도 석 달쯤 감기 앓고 싶네요
멀리 통영에서 다녀가주셔서 고마워요.
가을에는 더 오래 많은 시간 이야기 나누어요
     
서피랑 18-05-10 14:25
 
가을엔 왠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반갑게 맞아주어 너무 고마웠습니다^^
조경희 18-05-02 12:08
 
감기 한 번 앓고 이렇게 좋은 시 하나 얻으셨네요

따뜻한 만남 반가웠고요
꿀빵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오월에는 더 행복하십시오!
     
서피랑 18-05-10 14:28
 
늘 변함없이 환하게 사시는 것 같아
내심 부러웠습니다,
감기약값도 안 나오는 시지만
이렇게 시를 통해 만나니 즐겁습니당~
활연 18-05-10 05:21
 
믿고 보는 시,
명윤님은 자체가 시라서
기침을 쏟아도 시가 각혈하 듯.
레알의 진경에 머물렀습니다.
     
서피랑 18-05-10 14:30
 
쿨럭,......



무명시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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