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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5-22 13:09
 글쓴이 : 서피랑
조회 :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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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깊은 잠


이명윤


그들의 꿈에 잠시
스쳐가는 풍경처럼 다녀왔다
눈썹이 지워지고 입술이 지워져가는 석불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어느 날 눈이 사라졌으니
잠에서 번쩍 눈뜰 염려가 없고
입술이 지워졌으니
또다시 저녁이 와도 끼니 걱정 안하실 일
무심한 얼굴을 더듬어 내려오다
두 손으로 곱게 모은 기도를 보았는데
언젠가 불타는 세월이
기도 앞을 쿵쿵거리며 뛰어다녔을 때도
철없이 눈썹을 쪼던 새가 어느덧 눈이 멀어
발등에 떨어져 죽었을 때도
꿈쩍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 기도보다 깊은 잠에 빠진 까닭이다
점점 얼굴이 지워져가는 얼굴들이
착한 아이들처럼 나란히 앉아
세월 좋게 주무시고 있었다
덩그러니 코만 남은 얼굴이
아침도 벗고 저녁도 벗고 훌훌 표정도 벗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떤 분은 아예
자리를 깔고 하늘 아래 누워 계셨다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들을
(허공에 주렁주렁 박힌 창백한 눈과 입들을)
본체만체
저들끼리 야속하게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일을 여는 작가』2013년 상반기호-  

 


서피랑 18-05-22 13:13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오래전 발표시 한 편 올립니다 ㅎ ^^
동인님들 휴일 잘 보내십시오,
임기정 18-05-22 13:37
 
시 참 맛있게 읽었습니다.
부처님오신 날
시마을 다녀가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고
특히 이명윤시인 복 많이 받으시고
합장 ()
     
서피랑 18-05-22 14:52
 
부처님 오신날,
댓글로 자비를 실천하시니
살아있는 부처님이십니다.ㅎㅎ
활연 18-05-22 20:08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춤하게 읽는 아름다운 시,
결례를 경례해야겠군요.
저 또한 딱히 불교를 믿는다 할 수는 없지만
절에 오래 있었던 적도 있고
또 그곳에는 따뜻한 적요가 늘 있고
자연도 오래된 민낯을 간직하고 있지요.
부드러운 능선을 흘러가다가
나리꽃 한 송이 척 얹어준 듯한
절묘한 묘절에 다녀갑니다.
     
서피랑 18-05-25 17:25
 
활연님 기침소리가
나리꽃입니다..
최정신 18-05-23 10:32
 
내 운주사는 기가 팍 죽네요
서피랑님 요즘 신편도 알알이 보석이지만
오래 된 구편도 시의 잠언서처럼 빛 부십니다

사찰 순례에서 마음의 평정을 얻곤 하는데
깊은 잠의 서술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얻습니다

가을엔 진짜 감을 사야 겠지요.
서피랑 18-05-25 17:29
 
최시인님 격려에 늘.
뻔뻔스럽게 글을 씁니다.
보답할 때까지 쓰려면
끝이 없다는 것도 압니다.
허영숙 18-05-25 21:20
 
예전에 읽었던 시지만
운주사에 관하여는 이 시 만 한 시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감히 운주사에 대해서는 쓰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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