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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6-04 11:26
 글쓴이 : 오영록
조회 : 129  

자격증을 받다

 

 


겨우내 묵었던 논두렁을 헐었다 다시 얹습니다

화장하듯 가래로 얹고 삽으로 반질반질 문지르고 작대기로 콕 찌르고

콩나물 콩 몇 알 넣고 톡톡 두드려 놓으면 오선지 같은 논두렁에

악보가 자랐습니다

 

때 이른 땅강아지 집도 헐리고 때론 빨간 알 쥐가 알밤처럼 데구루루

굴러 나오기도 합니다.

 

농부란 그렇게 평생 흙을 헐었다 다시 쌓고 또 헐고 쌓고 하는 것일 인생입니다.

이랑을 만들고 곡식을 심고

곡식을 심어놓고 또 이랑을 만들기도 하고 흙에 지문을 다 내주고 겨우

삯으로 받는 것이라야 한해 양식과 담뱃값 정도

때론 종잣값을 밑지기도 일쑤

그래도 투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자격증입니다.


어제의 노동으로 고된 팔다리를 새벽이면 다시 논밭으로 끌고 나가

풀을 뽑게 하고 흙을 뒤엎게 해도 흙에 전혀 해도 되지 않고 

무리가 없겠다는 증명서입니다

 

어쩌면 전생에 흙이었다는 증표죠

흙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흉내 낼 수조차 없는 위대한 행위입니다

발톱부터 머리카락까지 온전한 흙이라는

인정서입니다. 


서피랑 18-06-04 16:46
 
흙의 마음/ 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농부겠지요.
흙이 언제 웃고 우는지 언제 아파하고 언제 즐거워하는지,

오시인님, 무덥습니다.
이런 날 시를 쓴다는 것은 제 상식에 거의 기적같은 일입니다...
강태승 18-06-04 18:09
 
햐- 감사히 읽고 갑니다 ㅎ
김용두 18-06-05 11:37
 
점점 사유가 확대되어
마침내 큰 봉우리를 이룹니다.^^
농부라는 숙명적인 직업,,,,,
어쩌면 이윤만을 따지는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슴이 아리고 측은함을 불러일으킵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소서. 오영록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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