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8-06 09:49
 글쓴이 : 허영숙
조회 : 149  

 

도라지꽃 비화 / 허영숙

 

 

박 씨의 농장에는 개가 네 마리 있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

술 먹으면 개만도 못해 아내에게 개취급 받는 박 씨까지

 

수컷 한 마리는 과묵하지만 한번 덤비면 진짜 개 같은데

개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도 있어

개 같은 놈 눈치 바깥을 맴돌기만 하다가

암내를 맡으려고 할 때만큼은

개 같지 않은 놈도 개 같은 놈에게 달려들곤 했다

 

그래도 생일이라

동동주로 남편을 또 개로 만든 아내

거르고 난 술지게미가 아까워

개 같거나 개 같지 않거나 개는 개니까

개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 것이 問題

 

취한 수컷 두 마리가 앙칼지게 물어뜯고

싸우다가, 개 같은 놈은 지쳐 잠들고

개 같지 않은 놈은 비틀비틀

높이가 있는 도랑에 떨어져 피 흘리며 기절한 것이 答

 

비몽사몽 취해 개보다 더 개가 된 박씨

개가 죽은 줄 알고

그만,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을 묻어버리고

 

취한 뒷산은 도라지꽃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허영숙 18-08-06 09:52
 
요즘 바쁜 일들이 많아
시집 속의 시로 동인들께 안부 전합니다

얼마나 깊은 가을을 주려고 이리 더운지요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활연 18-08-06 13:29
 
【감상】
시인을 알고 시를 읽으면 즐거울 때가 있다. 예전엔 겉으로 보기엔 새침한 것 같았는데 딸아이 시집 보내고, 곧 할머니도 될 것이라서, 요즘 만나면, 어느 한편으론 투사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는 시인의 성격 바깥으로 돌출한 경우가 드문데, 좀 낯설게 개,를 엄청 풀어 놓은 개판 오분 전 한 편을 읽는다. 갑장끼리는 아무것도 안해!가 우리의 인사법이지만, 친절하고 야무지고 싹싹하다.
이 시인의 시는 크게 과장이 없다. 오래된 내공으로 찬찬하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쉬운 언술로 깊이 있는 시를 적는 시인이다. 시인이 젊게 사는 방법은 젊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뭐 이런 식으로 간단히, 아는 척하며 광을 팔았는데 독자들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서피랑 18-08-07 19:49
 
죽은 줄 알고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에 묻어버리고,

선배님한터 이렇게 낯설고 대담한 시의 근육이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라뵈서 죄송,

멋졌습니다. ^^
임기정 18-08-07 21:50
 
아흐~
천만다행
저 아시죠 딱 끊은거
딸꾹.
맛깔나게 그려 주셔서
부채질 할 틈도 없이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허영숙 시인님
성영희 18-08-09 20:06
 
개 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
술을 핑계삼아 괜한 객기를 부리는
순진?한 개들도 많지요.
이런 시도 쓰시다니 화끈하시네요.
역시 멋져요. 허영숙 시인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7 거미의 무렵 활연 08-16 6
336 적的 (1) 金離律 08-14 55
335 여름궁전 (4) 성영희 08-09 141
334 유산(遺産) (5) 오영록 08-09 78
333 도라지꽃 비화 (5) 허영숙 08-06 150
332 그림 같다, 는 말 (4) 서피랑 08-05 91
331 꽃이 피는 이유 (3) 김용두 07-31 100
330 뚱딴지 (6) 김선근 07-30 118
329 억수로 시다 (6) 서피랑 07-24 131
328 환풍 (4) 성영희 07-16 218
327 어린 것들이 (7) 임기정 07-15 135
326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7) 최정신 07-11 348
325 축!! 조경희 동인 첫 시집 『푸른 눈썹의 서』출간 (8) 허영숙 07-09 206
324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8) 활연 07-09 230
323 얼굴 (7) 서피랑 07-08 209
322 싸리꽃 피다 (5) 박광록 07-07 120
321 의자들 (2) 서피랑 07-04 143
320 시치미꽃 (6) 서피랑 06-25 253
319 뻐꾸기 (6) 김선근 06-20 211
318 축!!! 신이림 동시집 <춤추는 자귀나무> 출간 (10) 허영숙 06-17 185
317 형광(螢光) (8) 최정신 06-05 334
316 자격증을 받다 (5) 오영록 06-04 225
315 순간의 꽃 (9) 김용두 05-31 252
314 아직도 애 (6) 임기정 05-27 184
313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4) 허영숙 05-25 226
312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177
311 섬진강 (7) 최정신 05-23 344
310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256
309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255
308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365
307 감기 (12) 서피랑 04-30 385
306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390
305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297
304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333
303 구들장 (5) 성영희 04-22 346
302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283
301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251
300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373
299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347
298 등꽃 (3) 장남제 04-11 289
297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357
296 쉘부르의 우산 (7) 조경희 04-05 393
295 고드름 (8) 서피랑 04-03 372
294 낙화 (6) 장남제 04-03 320
293 노을 (3) 김용두 03-30 351
292 고레섬 (4) 장남제 03-19 321
291 꽃방귀 (4) 이시향 03-19 363
290 폐가 (5) 김용두 03-08 386
289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484
288 마리아 칼라스- (6) 장남제 03-06 314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