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8-09 19:53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140  

여름궁전

성영희
 
 
   폐허를 두들겨 빨면 저렇게 흰 바람 펄럭이는 궁전이 된다. 매일 바람으로 축조되었다 저녁이면 무너지는 여름궁전은 물에 뿌리를 둔 가업만이 지을 수 있다. 젖은 것들이 마르는 계단, 셔츠는 그늘을 입고 펄럭인다. 
 
   몸을 씻으면 죄가 씻긴다는 갠지스 강 기슭에서 두들겨 맞다 이내 성자처럼 깨끗해지는 옷들, 어제 죽은 이의 사리*를 계단에 펼쳐 놓고 내일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헹구는 도비왈라들, 거품 빠진 신분들이 명상처럼 마르고 있다.
   
   이 강에서 고요한 것은 연기 뿐,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밤이면 강물은 다시 태엽을 감고 소리를 잃은 것들은 물결이 된다. 화장장의 연기도 무시로 강물 따라 흐른다. 앞 물결과 뒷 물결이 섞여 흐르는 이곳에 오늘이 있고 산자만이 빤 옷을 육신에 걸칠 수 있는 내일이 있다.
   
   물소리를 베고 잠들면 잠결에도 물이 흐를까, 사내들의 팔뚝은 강기슭을 닮았다 끊임없이 궁전을 세우지만 그 안에 들 수 없는 불가촉 타지마할, 하얗게 펄럭이는 그들만의 궁전이다
   
   * 인도의 여자 의상


ㅡ『공정한시인의사회』(2018, 08)
-------------------------------
성영희 : 충남 태안 출생. 2017 《경인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가 있음. 〈농어촌문학상〉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오영록 18-08-10 10:23
 
잘 감상하였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아~ 뵌지도 오래되었군요.
     
성영희 18-08-10 21:39
 
옥시기는 잘 여물었는지요.
폭염에 농사 지으시느라 힘드시겠어요.
여름 잘 건너고 시원할때 함 봐야쥬^^
서피랑 18-08-10 17:43
 
1연을 읽다가, 그만 떡 입을 벌리고.,
한참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 시는 한참 더 두들겨 패고,, 빨아 말려야겠구나..^^;;

셔츠가 그늘을 입고 펄럭일 때, 까지.

멋진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성영희 18-08-10 21:49
 
제가 뻥이 좀 세지요.
언젠가 방송에서 도비왈라들의 삶을 조명하는데
실제 그들의 삶에 이 정도는 뻥 측에 끼지도 못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분이 만든 천형 앞에 평생을 빨래만 하는 삶을 시로 끄적인다는 것이
또한 죄스러운 마음도 들고요.
늘 넘치는 댓글 감사드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7 거미의 무렵 활연 08-16 6
336 적的 (1) 金離律 08-14 55
335 여름궁전 (4) 성영희 08-09 141
334 유산(遺産) (5) 오영록 08-09 78
333 도라지꽃 비화 (5) 허영숙 08-06 149
332 그림 같다, 는 말 (4) 서피랑 08-05 91
331 꽃이 피는 이유 (3) 김용두 07-31 100
330 뚱딴지 (6) 김선근 07-30 118
329 억수로 시다 (6) 서피랑 07-24 131
328 환풍 (4) 성영희 07-16 218
327 어린 것들이 (7) 임기정 07-15 135
326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7) 최정신 07-11 348
325 축!! 조경희 동인 첫 시집 『푸른 눈썹의 서』출간 (8) 허영숙 07-09 206
324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8) 활연 07-09 230
323 얼굴 (7) 서피랑 07-08 209
322 싸리꽃 피다 (5) 박광록 07-07 120
321 의자들 (2) 서피랑 07-04 143
320 시치미꽃 (6) 서피랑 06-25 253
319 뻐꾸기 (6) 김선근 06-20 211
318 축!!! 신이림 동시집 <춤추는 자귀나무> 출간 (10) 허영숙 06-17 185
317 형광(螢光) (8) 최정신 06-05 334
316 자격증을 받다 (5) 오영록 06-04 225
315 순간의 꽃 (9) 김용두 05-31 252
314 아직도 애 (6) 임기정 05-27 184
313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4) 허영숙 05-25 226
312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177
311 섬진강 (7) 최정신 05-23 344
310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256
309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255
308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365
307 감기 (12) 서피랑 04-30 385
306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390
305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297
304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333
303 구들장 (5) 성영희 04-22 346
302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283
301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251
300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373
299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347
298 등꽃 (3) 장남제 04-11 289
297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357
296 쉘부르의 우산 (7) 조경희 04-05 393
295 고드름 (8) 서피랑 04-03 372
294 낙화 (6) 장남제 04-03 320
293 노을 (3) 김용두 03-30 351
292 고레섬 (4) 장남제 03-19 321
291 꽃방귀 (4) 이시향 03-19 363
290 폐가 (5) 김용두 03-08 386
289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484
288 마리아 칼라스- (6) 장남제 03-06 314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