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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3 14:22
 글쓴이 : 들꽃다소니
조회 : 665  



좀딱취2.jpg

좀딱취 


※私說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65년
청계천 평화시장의 한 봉재공장

순이는 올해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이 곳의 시다로 들어온 여공입니다
가정 형편이 좋은 친구들은 중학교에 다니겠지만
순이처럼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려 일찍 사회로 나온 친구들도 꽤 많습니다

순이가 일하는 시간은 하루 15시간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열한시까지 일하지요
그렇게 한달 동안 일하면 월급은 300원 정도
교통비로만 대부분이 사라질 지경입니다

언제나 모자란 잠을 제대로 보충하는 날도 없고
매일 아침은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
아침은 먹는둥 마는둥...
늘 만원 버스에 시달려 출근을 하지요

다락을 개조해 만든 공장 안은 천장이 낮아 열 네살인 순이도 제대로 설 수 조차 없고
환기 시설이 없어 먼지가 자욱하지만 창문 하나 내어놓은 곳이 없답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미싱사 언니들은 모두 잔병들을 갖고 있지만 병원에 갈 돈도, 시간도 없어
자기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점심 시간은 너무 짧아서 쉴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순이는 굶기 일쑤입니다
화장실은 아래층에 고작 하나인데, 순이네 공장에 일하는 공원들은 500명이나 되어서 한번 다녀오는데 너무 오래 걸리지요
그래서 늘 재단사 아저씨에게 욕을 먹거나 매를 맞기 때문에 그냥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는답니다

오늘도 재단사 아저씨는 야간 작업을 해야한다면서 졸지 말라고 잠 안오는 약을 줍니다
하지만 오늘 한 야근 수당은 얼마나 줄까요?

며칠 전, 옆 반의 미싱사 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는데 결핵 3기랍니다
그런데 사장은 "폐병쟁이는 쓸 수 없다"면서 그 언니를 해고 시켜버렸습니다
치료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말이지요
그 언니는 올해 열일곱살입니다
그 언니를 업고 병원에 간 옆반 재단사 오빠는 그 언니와 동갑내기 친구인데
사장에게 따지다가 어제 같이 해고를 당했지요
그 오빠는 늘 순이 같은 여공들 편이 되어 주었는데 말입니다


몇 년 후, 순이가 열 아홉살이 되어 미싱사가 되었을 때
그 오빠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재단사 오빠들과 함께 모임 하나를 만들었다는군요

순이는 오늘 그 모임에 가 보려합니다
순이는 오늘 처음 그 오빠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전태일
그리고 그 태일 오빠가 중심이 되어 만든 친목회 이름은 "바보회"

태일 오빠는 그 동안 순이 같은 여공들이나 재단사 등,
어렵게 일하면서도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연구해 왔다는군요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도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공부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도 하구요
하긴 태일 오빠는 겨우 국민학교 4학년까지만 다녔거든요
근데 법전은 한자 투성이였으니...

그런 와중에도 몇년씩 걸려 
이렇게 여기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친목회도 만들고 하는 태일 오빠가
순이는 새삼 커 보입니다
태일 오빠는 그렇게 친구들과 공장 마다 돌아다니면서 설문지를 돌리는 등
청계천 일대의 노동 실태를 꾸준히 조사하여 청원서를 만들어서 노동청과 함께 곳곳으로 보냈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너무도 암담했습니다
무관심과 경멸, 비웃음이 다였지요
태일 오빠는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서는 업주나 노동청 뿐만 아니라
세상과도 싸워야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듬해, 1970년
태일 오빠는 삼각산에 들어가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근로기준법을 연구하면서
앞으로 노동운동을 어떻게 해 나가야할 지를 고민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다가오는 9월 다시 순이가 있는 청계천의 평화시장으로 돌아왔지요

태일 오빠는 다시 뜻있는 재단사 오빠들을 모아 친목회였던 바보회를 투쟁단체인 "삼동친목회"로 바꾸고
청원과 진정이 아닌 적극적 폭로와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청계천 노동자들의 서명을 받아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 편,
신문에도 보도되도록 하였지요

이 기사는 "경향신문" 10월 7일 자에 실렸답니다

신문 보도에  힘을 얻은 태일 오빠와 삼동친목회 회원들은
청계 일대의 3만여 노동자를 대표해 싸웠지요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온 것은 업주와 노동청, 그리고 경찰의 거짓 약속 뿐 달라진게 없었답니다

협박과 회유, 봉쇄로 근로조건을 위한 시위는 무산되고 태일 오빠를 비롯한 삼동친목회 회원들은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법,
근로기준법의 화형식을 열기로 합니다

화형식이 열리던 날 점심 시간 무렵
청계천 일대는 화형식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태일 오빠는 평화시장 입구에 서서 온 몸에 휘발유를 뿌렸습니다
근로기준법 책을 품에 꼬옥 끌어안은 채 태일 오빠는 친구에게 불을 붙여달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불이 붙은 채로 평화시장을 내 달렸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지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병원에 실려간 태일 오빠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에게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 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러져갔습니다

이제 초로의 할머니가 된 순이는 스무살이었던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47년 전 11월 13일
오늘의 기억을요...
태일 오빠의 일기 중에 이런 글이 있답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가마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라
너희들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글 참고: 전태일재단 만화 전태일


오늘은 전태일 열사의 47주기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47주기이기도 합니다


전태일 열사와 미싱사 보조.jpg

전태일 열사(왼쪽 두번째)와 미싱사 보조 여공들


고지연 17-11-13 21:36
 
1965년 잊을 수 없는 날들....
그 암담한 시간을 지나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의 세월을 살았는지
오늘의 젊은이들이 알기나 할까요?
숙영 17-11-13 22:52
 
아래 들꽃 모양새가 특이 하고 예쁩니다.
역사는 모든것을 기억하고
위대한것은 빛나게 합니다.
물가에아이 17-11-14 16:38
 
참 가슴아픈 이야기 입니다
전태일 열사 이야기는 다른곳에서 오래전에 읽고 가슴이 먹먹했더랬지요~
진실은 언제든지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산그리고江 17-11-15 16:22
 
있는자 가진자들의 폭력은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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