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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3 00:32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307  






음표이고 싶은데 / 고정숙


너에게
다만
음표이고 싶은데

탁한 소리 가득한 귀에
밤을 말끔히 헹구는 새벽이슬로

베어진 지도 모른 채 욱신거리는 가슴에
가시 찔린 채 견디는 장미 꽃잎, 아르페지오로 펼치는

사막 같은 밤 퀭한 눈동자에
보름달 같은 온음표로

Fine 없이 이어지는,
먼 훗날 도돌이표로 허밍 되는,

다만 입술 닮은 음표이고 싶은데

기타줄 같은 주름살 많아지나
굳어진 생각 조급함에, 쉬이 팽팽해지는 조율
탁, 튕긴 한 음에
툭, 끊어지는 줄



# 아르페지오 : 한 음 한 음 튕겨주는 주법
# Fine : 마침표, 끝
# 허밍 : Humming, 윙윙하는 音



현재 독일 거주



<감상 & 생각>



이 시를 접하면서...

우선 <가시 찔린 채 견디는 장미 꽃잎, 아르페지오로 펼치는>
이라는 행行에 눈길이 모아지는데.

<너에게 음표 音標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전개하고 있는 시적 진술이 좋다.

동시에 그리움으로 가득 차오른 심경心境은 얼마나 정직하게,
그리고 함축성 있게 표현되고 있던가.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시적 공간에 그들이 나름 일조一助한다는 느낌과 함께
시의 압권壓卷은 마지막 행行의 <툭, 끊어지는 줄>이겠다.

일체의 설명적인 요소를 생략하면서도, 최종으로 표현되는 서술적 형상력이
시를 읽는 이의 마음을 한껏 사로 잡는다.

조급하게 굳어진 생각 (혹은, 그리움)을 탓하는 토로吐露가
끊어지는 줄에 실린, 아쉬운 여음餘音으로 깊게 울리고 있으니 말이다.

아, 다만 부드러운 입술을 닮은 음표이고 싶은데...


언제나, 마음보다 팽팽하게 조율調律되는 저 그리움의 몸짓이여.


                                                                                     - 희선,


Ay amor - Myriam Hernandez


* 아마도, 시인이 최근에 이 시를 새로 퇴고하신듯 한데

본 감상의 Text 는 퇴고 이전의 초고(草稿)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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