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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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1회 작성일 18-11-24 15:23본문
그래요! 제가 토한 것 맞아요
엊그제는 한 여름 지열로 프라이 한 백판의 해바라기를 토하고
철판처럼 차갑게 식은 몸을 물수건으로 닦았죠
오늘 내린 물과 함께 불어나며 변기를 빙빙 돌던
걸쭉하고 뜨뜻한 토물에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별이 빛나는 밤 입니다.
압생트는 독하고, 여자는 차갑고, 별은 잔가시가 많아
반쯤 소화된 어둠이 보라빛 산독을 머금은 밤을 토하려고
변기를 신상처럼 안고 무릎을 꿇었던 것입니다.
인생은 짧아서 금방 소화 되고
예술은 길어서 소화 불량 입니다.
스물 여덟개의 기둥만 남은 신전에서 스물스물 피어 오르는 신탁을 듣듯,
덩그러니 입만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바라보며 사랑니를 뽑고는
머리를 관통한 총알처럼 검은 화기가 묻은 뼈를 버려두고 나왔습니다
단 한마디도 희망을 말한 적이 없는데 희망이 되버리고서는
예술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라는 생각도 듭니다
흰 손가락이 오래 어루만지는 뜨거움이 되려고 한 쪽 귀를 자르고
천마리 까마귀가 쏟아지는 커피 포트를 기울이며 머그잔이 된것인데
두 귀를 다 자르고 취해서 저만 떠들어대는 술잔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끊어진 냉면 가닥처럼 퉁퉁 불어서 휘도는 붓터치와
씹힌 황도 조각, 열무 가닥들, 밥알과 방안이 빙빙 도는
뒷날 아침의 숙취에 꼭 제목을 붙이고 싶다면
별이 빛나는 밤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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